지도에 없는 곳으로
가려고 집을 나선 날
바람이 몹시도 불었네

그대론 어디로도 갈 수
없을 것만 같아서
몇 개의 다리를 끊었네

너와 난 잠투정을
부리는 억양이 달라서
농담밖에 할 게 없었네

노래가 되지 못했던
이름들이 나뒹구는
거리에 내 몫은 없었네

오래전에는 분명
숲이었을 탑에 올라가
매일 조금씩 모은
작은 슬픔들을 한 줌 집어
멀게 뿌렸어

행여나 나를 찾진
않을까 목을 길게 빼도
아무런 연락도 안 오네

누구도 별반 다르지
않을 거라 생각하며
이불을 끌어올리네

마음만 먹으면
새까맣게 칠한 밤을 넘어서
너를 만날 수 있는
세계란 걸 알고 있지만
그게 참 어려워

수 없이 나를 스쳐 간
어떤 이에게도 먼저
손을 뻗어 준 적이 없네

우리는 결국 한 번도
서로 체온을 나누며
인사를 한 적이 없었네

우린 함께 울지 못하고
서로 미워하는 법만 배우다
아무 데도 가지 못 한 채로
이 도시에 갇혀버렸네

서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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